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얻은 것과 앞으로의 방향
흔해빠진 말이지만 저도 제 일을 하는 게 꿈입니다. 이미 한 번 꽤 무모하게 시도해봤고 실패했죠. 배운 건 많았지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구요. 이번 롤에서 바란 것은 성공하는 제품을 그려내고, 계획하고, 실제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1년 반 가까이 PM으로 일해왔는데, 무엇을 얻었고 이어서 무엇을 할지 회고해보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씁니다.
PM이 갖춰야할 역량에 대한 글은 굉장히 많은데, 제가 가장 명쾌하다고 보는 것은 Ravi Mehta가 쓴 글입니다. 필요한 역량을 4개 영역의 12개 역량으로 분류하는데,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PM으로 성장하면서 어떤 커리어 단계에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여기서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PM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위 방식대로 정리하자면 제품 실행과 고객 이해 영역에 속한 역량은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실행 영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일했던 경험을, 고객 이해는 심리학과 HCI를 전공하면서 배웠던 것을 활용할 수 있을테니까요. 사람 관리 영역에는 앞의 두 영역만큼 자신감이 있지는 않았지만 통번역가로 일하면서 습득한 의사소통 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제품 전략은 제가 가장 약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일 년 반이 지나보니 제품 실행과 고객 이해는 기본적인 수준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 관리는 평가하기 조금 어렵지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게 의사소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습득했다고 봅니다. 단, 의사소통을 더 자주 하는 것과 팀원을 고무시키는 것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제품 전략은 애매합니다. 처음에 제품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사업 전략과 제품 전략을 포괄하는 개념이었어요.
마티 케이건이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이에 대해서 적은 바 있습니다:
“사업 전략은 사업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디에 투자해야 최선인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접 판매 모델(사내 영업 인력이 고객에게 직접 판매)에서 온라인 판매 모델(고객이 웹사이트에서 구매)로 바꾸는 것은 사업 전략이다. 서비스 사용료 청구 방법을 구독료 방식과 거래 건 별 요금 방식 중에서 결정하는 것이나, 광고비 기반 매출 모델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업 전략이다. 인접 시장으로 진입할지 결정하는 것도 사업 전략이다.
그리고 각 사업 전략은 당연히 제품에 큰 영향를 미친다. 하지만 이는 별개의 영역이다. 온라인 판매 방법도, 가치를 수익화하는 방법도, 연관 상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확보해서 고객에게 제시하는 방법도 정말 많다. 사업 전략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다루는 것이 제품 전략이다.
또한 사업부에서 엄청난 사업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회사가 그 기회를 성공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개발하기 너무 비쌀 수도 있고, 고객이 돈을 주고 구매할 가치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제품 전략, 특히 제품 발견이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제품 전략 영역에서로 실력이 늘기는 했습니다. 사업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사업 효과에 따라서 기능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적인 월간 계획을 짜고, 결과를 내는 등 말이죠. 최소한 무엇을 모르는지는 아니까 초보자는 벗어났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얻고 싶은 역량 중 절반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업 전략은 제품 전략보다 더 상위 영역을 다룹니다. 마티 케이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업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사업 흐름을 더 잘 이해해야 하고, 어디에 투자할지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사업 운영과 자산 관리를 더 잘 해야 합니다. 제가 배우고자 했던 나머지 절반의 역량이죠. 그리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꼭 필요한 소양이니 그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지금 회사에서 PM으로서 꾸준히 성잘할 수는 있겠지만 사업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점진적인 발전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앞서 말한 역량을 키워야합니다. 이를 키울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사업을 가장 빠르게 배우려면 역시 사업을 해야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퇴사하고 아무 계획 없이 사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서 적었듯이 이미 해봤고, 결과가 좋지 않았거든요. 일단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최소 실행성 테스트를 여러 차례 해볼 계획입니다. 최소한 제가 얻고자 하는 역량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부업이나 제 사업을 찾을 수도 있겠죠.
어떤 시장에서 실험을 해볼지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일단 NFT, 블록체인 전반, 그리고 VR 영역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아직 신규 시장이면서도 충분히 자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일하고 있기도 한데, 그런 사람들하고 일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목표른 해가 가기 전에 실험을 하나라도 해보는 것입니다. 아마 그 경과도 여기에 공유할테니 어떻게 되었는지도 나중에 읽어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