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2년이 지났는데, 감사하게도 그 동안 다음 글은 언제 나오냐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물어봐주셨습니다. 이제야 드디어 다음 글을 쓰네요. 네, 제목에 적힌 대로 이직을 하면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직종을 옮겼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 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일 이상의 일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전 직장에서 일할 때 제가 개발한 제품이 방향을 잃고 헤메다가 망했거든요. 첫 버전을 만들 때도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고, 그 때 고통 받은 첫 PM은 출시 직후에 번아웃이 와서 퇴사했습니다. 그 다음에 온 PM도 금방 퇴사했고요. 그 이후에는 수개월 간 난세가 도래했습니다. PM도 없이 제품은 표류했고, 그 와중에도 모든 팀원이 제품을 살리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사용성을 개선했고, 개발자는 성능을 향상시키고, 마케터도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고 했지만 다 소용이 없었어요. 고객은 계속 빠져나갔고, 팀의 사기는 밑바닥까지 떨어졌고, 팀원도 곧 퇴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죠. 그 상황을 더 이상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경영진에게 이야기하고 PM 롤을 제가 맡았지만, 그 사이에 회사의 재정 상황이 너무 악화되어 맡은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고 4개월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지금 회사로 이직해서 PM으로서 일 년 반 가까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꽤나 흥미로운 일이 많았어요.

PM으로 일한 지 1년 정도 지나면서 제품과 PM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려 했는데, 소프트웨어 관련 글을 쓸 때보다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기술 관련 글을 쓸 때는 나름 정립한 양식을 따랐습니다. 문제를 소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사실 또는 주장을 쓰면 명쾌한 글 하나가 나왔는데, 제품 관련 글은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는 어떤 사람인지,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는 얼마나 길어야 할지 모르겠다보니 글을 쓰다 말다만 하다가 몇 달이 지나버렸는데, 에이미 호이가 말하듯이 뭐가 되었든 그냥 공개해버리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글의 완성도가 좀 떨어질텐데 대신 더 많이 써서 올리려고 합니다. 일단 목표는 매 주 올리는 것이니 지켜봐주세요.